1

한 마트의 식품매장에서 만난 심 모씨. 1978년생, 올해 마흔을 맞은 그녀의 장바구니 속에는 미니 사이즈 무와 1회분씩 소포장된 간장, 씻을 필요가 없는 샐러드용 채소들이 담겨 있다.

“예전 같으면 한 개만 필요하더라도 한 묶음씩 사야 해서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았죠. 4인 가족 기준의 양을 혼자 소비하는자체가 불가능한데도요. 대형마트에서 파는 1+1상품만 해도 언뜻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저 같은 1인 가구 입장에서는 다 못 먹고 버리게 되어 오히려 낭비거든요. 하지만 요새는 소량 포장은 물론 미니 사이즈로 개량된 식품들이 많이 나와 편리해요” 미니수박을 집어 들며 심씨는 말했다.

한국 1인 가구 비율 30%의 시대. 1인 가구에 적합하도록 진화하고 있는 것은 비단 식품시장뿐이 아니다. 주거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접었다 펴는 가변형 가구나 조립해 사용하는 시스템 가구가 설치된 소형 주택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 1인용 식기 세척기와 1인용 세탁기는 이미 10년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혼자 산다고 해서 아쉽거나 불편한 것은 없다. 오히려 가족 부양의 부담이 없기에 자기 관리와 계발을 위한 지출이 자유롭다. 심 씨 역시 고양이와 단 둘이 사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스러워 한다.

“가끔 무거운 짐을 옮긴다거나 집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 정도가 곤란하달까요? 돈이 들긴 하지만, 심부름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화 한 통에 해결할 수 있으니 문제 없어요.”

이처럼 소득수준이 높은 중년 1인 가구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4인 가구기준으로 짜인 정부의 제도와 정책 역시 1인 가구 중심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에서는 싱글턴(Singleton, 1인 가구)이 집중 조명되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미 1인 가구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1인가구 비율이 47%에 달하는 스웨덴의 경우, 개인 침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이 보편적인 주거 형태라고 합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청년층과 노년층이 안정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택보조금은 스웨덴이 이러한 싱글턴의 천국이 되는 데 큰 몫을 하기도 했지만요.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은 2012년 25.3%에서 2035년이면 34.3%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꼴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수준의 수치입니다. 소득과 교육 수준 향상으로 인한 개인의 경제적 자립도 증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미혼인구와 이혼율의 증가, 수명 연장에 따라 배우자와 사별한 채 혼자 살아가는 고령자의 증가… 이 모든 요건이 빠르게 충족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있습니다.

소설 <1인용 식탁>에서는 혼자 밥 먹기의 달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싱글녀가 등장합니다. 소설에서도 묘사되듯 혼자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이 점을 이용, 1인 전용좌석이 마련된 ‘혼자 고기 먹는 집’이 성업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속속 포착되고 있는데요. 마트에서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코너를 개설, 250ml 캔맥주, 6ml씩 개별 포장한 간장 등 미니 사이즈의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1인용 미니 피자를 배달시켜 먹는 것도 가능해졌고,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는 1인 가구를 공략한 애완용품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요. 그런가 하면, 2011년 CNN에서 `서울이 대단한 이유 50가지` 중 3위로 선정하기도 한 생활심부름 업체의 성장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가구의 분화 속도가 빨라지는 지금, 예전 같으면 대부분 가족 울타리 안에서 해결했던 잡다한 일상의 일들이 심부름 업체의 역할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죠. 병원 동행, 간병, 외출 등 안전에 대한 니즈가 높은 여성과 고령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특히 인기를 끌 전망입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2012)를 살펴보면 2011년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액은 50조 원으로 전체 가구 소비 지출액의 1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제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은 홀로 외롭게 사는 계층이 아닌, 새로운 소비주체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주식 등 위험 요소가 있는 단기 투자보다는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월 지급식 금융상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가족에게 서로서로 의지했던 과거와 달리, 은퇴 후에도 자신의 생활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요즘. 나에게 적합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지금부터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