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신고 달리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높은 굽 때문에 걷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뛰다가 자칫하면 발목이 휘거나 굽이 부러질 수도 있죠. 오늘은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를 통해, 바쁘고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하이힐을 신고도 능숙하게 달리는 워킹맘들의 삶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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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매니저인 케이트의 아침은 누구보다 분주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를 무사히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합니다. 칭얼대는 두 아이들의 기분도 맞춰줘야 하고, 출근하는 남편의 이야기도 들어야 합니다. 또 집에는 무엇이 부족한지, 시부모님에게 연락은 언제 드려야 할지 고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러한 고민거리에 파묻히다 보면, 정작 자신의 출근시간을 놓쳐 상사의 눈치를 보기 일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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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이후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딸의 생일 준비를 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바쳐야 하며, 일하는 틈틈이 가족 문제들에 치이기 일쑤인데요. 오롯이 일에 집중할 수도, 그렇다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몰두할 수도 없는 케이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습니다.

이처럼, 가사 및 양육을 도맡으면서 일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4.9%로 OECD 평균인 61.8%와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30대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 등의 이유로 고용시장을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전통적인 규범에 따른 여성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남성들의 역할이었던 일까지 병행해야 하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그 무게가 크게 다가오는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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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케이트는 머릿속에 리스트를 그려놓고 병행하기 힘든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감당하며 삽니다. 회사에서는 대형 프로젝트 담당자로 선정되고, 딸의 생일과 학교 행사도 모두 챙깁니다. 그러나 하이힐을 신고 달리기란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들인 벤의 첫 머리 자르는 일도 자신이 하지 못하고, 초등학생 딸은 잦은 출장으로 자주 보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불신이 쌓입니다. 남편 또한 케이트가 신경 쓰는 것만큼 가족에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바쁜 케이트의 모습은 실제 맞벌이를 하는 많은 여성들을 대변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40대 기혼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같은 연령 남성의 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라 경제적 부담은 나뉘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인식 때문에 가사를 부담하는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캡처

취업여부에 따른 남녀의 가사노동시간 차이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91816203746871&outlink=1)

가족들과 함께 간 휴가에서도 일 때문에 돌아와야 하고, 딸과 눈사람을 함께 만들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며, 남편과는 단둘이 편안하게 5분의 시간도 갖지 못하는 케이트. 일터에서도 가정일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옮겨온 이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바쁜 정신 때문에 중요한 미팅을 망치는 그녀의 모습은 이 시대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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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고 달린다는 것, 바쁜 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여성의 역할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위태한 일입니다. 물론 남성들도 넥타이를 맨 주부의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남녀 성 역할의 경계가 점점 해체되고 있는 요즘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인정임을 결말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다 좋은 가정을 만드는 것,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배려와 인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