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가족 혹은 친구들과 주말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가을의 여유로운 정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추천 드립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가을 여행지는 바쁜 도시와는 반대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도시, ‘슬로시티’입니다.

 

슬로시티란 어떤 곳?

슬로시티, 이름만 들어도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요?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는 그 이름 그대로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속도와 효율성, 물질주의에 물든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에서 벗어나 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안적 저성장도시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슬로시티가 지향하는 목표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적인 그 도시 특유의 문화와 삶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느림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향점 때문에 슬로시티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친환경 에너지 개발, 문화유산 지키기, 마을 광장의 네온사인 없애기, 대형 체인점 금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2013년 현재 전세계에는 27개국 174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절부터 시작된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해 있던 것과는 다르게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슬로시티 운동에 참여했고 또 가장 많은 슬로시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2007년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를 시작으로 현재 총 10개의 도시가 국내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보다 나은 삶의 질을 꿈꾸며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조화롭게 공존시켜나가는 우리나라의 슬로시티. 가을과 어울리는 국내의 슬로시티 세 군데를 지금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소금의 도시, ‘신안 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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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Gilgamesh_King

 

우리나라 최대의 갯벌염전이 펼쳐진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는 전통적인 염장인들이 직접 만든 태평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신안에서는 국내 유일한 소금힐링센터인 소금동굴과 소금레스토랑, 소금창고로 쓰이던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만든 소금박물관, 60여 개의 소금창고 등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다양한 ‘소금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신안은 국내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된 곳인 만큼 느림의 감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자연 경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둥어 다리’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일몰, 바다까지 가는 저탄소 산책 코스에서 느끼는 해양 지역의 여유로움은 다른 곳에서 만나볼 수 없는 신안만의 매력입니다.

 

산촌형 슬로시티, ‘청송 부동∙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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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EastRover

 

청정지역의 대명사로 꼽히는 경상북도의 슬로시티 청송은 낙동정맥의 말단에 위치합니다. 푸른 소나무가 많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된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청송은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청송에서 맛볼 수 있는 슬로시티의 진면목은 주왕산 국립공원에서의 ‘게으른 산행’입니다. 5월에 방문한다면 아름다운 수달래꽃과 함께하는 축제도 즐길 수 있구요. 자연 경관뿐 아니라 전통건축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택의 아름다움과 달기 약수로 끓인 백숙, 산채요리, 맥된장, 사과막걸리 주왕(酒王) 등 에코 푸드도 청송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입니다.

 

차가 있어 즐거운 ‘하동 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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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toughkidcst

 

차의 향기와 문학의 향기, 고향의 향기 3향을 갖춘 경상남도 하동 악양은 슬로시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천 년을 지켜온 차나무와 이 나무에 헌다례를 지내는 하동 사람들, 가꾸지 않은 야생 차밭은 1,200년간 하동과 함께하면서 ‘느림의 향기’를 한껏 풍기고 있습니다.

하동은 한국 최초의 차 시배지로서 집집마다 차밭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프랑스의 와이너리처럼 각 집만의 독특한 차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셈이죠. 또한 하동은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 문학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토지문학길을 비롯해 섬진강과 지리산, 삼성궁, 악양루 등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고 있어 ‘삶의 여유’를 한껏 선사할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세 곳 이외에도, 슬로시티는 그 지역만의 풍습, 특산물, 음식 등 고유한 문화와 자연 경관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복잡한 도시를 떠나 몸도 마음도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느림의 여행을 경험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