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니아들에게는 신작 못지 않게 반가운 공연들이 있습니다. 바로 초연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 받은 작품들의 앵콜 공연들인데요. 초연의 깊은 인상을 간직한 관객에겐 더 탄탄해진 무대를, 아깝게 놓쳤던 분들에겐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오늘 푸르덴셜 더클럽에서는 2010년 초연 후 3년만에 찾아온 뮤지컬, <스팸어랏>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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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팸어랏>

기간 | 2013.05.16 ~ 2013.09.01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출연 | 서영주, 정준하, 이영미, 신의정, 정상훈, 조형균, 윤영석, 고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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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을 휩쓴 수상작 

<스팸어랏>은 1960년대 영국에서 활동한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톤(Monty Python)’의 영화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바탕으로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진지하지만 허술한 아서 왕이 어딘지 이상한 5명의 원탁의 기사와 신의 계시에 따라 성배를 찾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당시 토니상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최우수 연출상까지 총 3개 부문을 휩쓸고, 2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입니다. 뮤지컬의 제목은 원작 영화에서 아서 왕과 기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We Eat Ham, And Jam And Spam A Lot’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 9월 초연 당시 정성화, 박영규, 정상훈, 김재범, 예성 등이 열연하였는데요.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은 “원작의 개그를 한국의 언어와 사회 문화적인 요소를 반영한 유머로 바꿔, 재미는 물론 원작이 의도하고자 했던 풍자와 해학을 동시에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자란 캐릭터가 그리는 풍자와 해학

몬티파이톤은 한국인들에게 그다지 친근한 이름은 아니지만 영미권의 대중문화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집단입니다. 2차 대전 이후, 큰 희생을 치루고 엄숙해진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영국 특유의 시니컬하고 자학적인 유머를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영웅상에 대한 조롱과 종교에 대한 풍자와 정치적인 패러디, 인간성에 대한 유머가 뒤섞인 것이 바로 몬티파이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기존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벗어났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이지만, 혹이들을 모르더라도 문제 없습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과도한 연예인 캐스팅을 꼬집으며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동화 라푼젤 패러디, 성 정체성을 깨닫고 수줍게 웃는 기사 등 슬랩스틱과 패러디를 쉼 없이 오가며 관객을 폭소로 몰아넣기 때문입니다.

너도 바보이고 나도 바보이니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바보라는 식으로 만인을 짓궂게 조롱하고 풍자하는 이 뮤지컬에서 주인공들은 천연덕스러운 태도로 춤추고 노래를 합니다.

아더왕은 진지하지만 허술하고, 그를 따르는 원탁의 기사들에서도 탁월한 능력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뒤 못 가리는 랜슬롯 경, 겁이 유독 많은 로빈 경, 방귀쟁이 베데베르 경 등 다섯 명의 기사와 사람만 좋은 아더왕의 여정은 그렇게 엉뚱한 샛길로 새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코믹한 연기와 애드립 

풍자와 조롱을 통해 어두운 유머의 그림자를 덜어내고 뮤지컬 코미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스팸어랏>에는 코믹한 연기력과 깨알 같은 애드립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였습니다. 어리석지만 묘하게 정감 가는 캐릭터, 엉뚱하면서도 화려한 안무와 무대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에 더해 배우들의 깨알 같은 애드립 또한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아더 왕’ 역에 정준하, 서영주, ‘호수의 여인’ 역에 이영미, 신의정, ‘랜슬럿 경’ 역에 정상훈, ‘로빈 경’ 역에 조형균 ‘갈라라드 경’ 역에 윤영석, 고은성 등이 캐스팅되었는데요. 본래 모자라지만 착한 형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준하뿐만 아니라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에서 진지하고 어두운 작품과 배역으로 주로 만나온 윤영석의 변신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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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인생,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격을 잃지 않는 편안한 풍자와 패러디를 바탕으로, 인생 별것 없으니 우리 웃으며 살자는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스팸어랏>을 추천드립니다.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이들이 주는 웃음으로 인해 지친 마음이 다소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