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그려진 노인의 삶이란 이제 더이상 낯설거나 보기 드문 소재가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나이 들고, 누구나 병들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에 닥칠 수 있는 삶의 순간들, 문제들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닌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년의 삶 혹은 죽음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지금만을 위해 사는 현대인들의 많은 공감을 얻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오늘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영화 [아무르]를 통해 아름답고도 슬픈 노년의 삶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영화 [아무르]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안느와 조르주는 예술가 집안의 80대 노부부로 여전히 서로를 너무 사랑하며 평화로운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안느에게 뇌졸중이 찾아오면서 노부부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마비증세로 인해 혼자서는 식사를 하기 힘들 정도이지만 남편 조르주의 손길에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느의 증세는 심해지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보지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라는 딸과의 대립, 점점 악화되는 아내의 육신 앞에서 조르주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큰 결심을 하게됩니다.

 

노년의 감독과 배우들 

우선 영화를 만든 감독과 주연 배우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70대 거장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것을 가감없이 표현해 낸 80대 명배우들의 조합이 영화에 진실성을 더했습니다.

“[아무르]는 누구나 삶에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경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나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 –

 

미카엘 하네케 감독(70)은 1942년 생으로 45세에 처음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였습니다. 그 동안 현대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과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영화로 유명한 미카엘 감독이 이번 영화를 통해
팬들에게 사랑의 거장으로 돌아왔다는 표현을 듣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르]에서 조르주와 안느에게 닥친 상황 역시 현대 사회의 한 단면,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치매가 걸려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남은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상황을 과장되지 않게, 잔잔하게 전해줍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생로병사의 문제, 아내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자식과의 대립, 어머니의 병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딸과 사위의 모습 등 가족간의 문제,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까지 인간의 노년을
둘러싼 다양한 측면을 담담하게 보여주기에 보는 관객은 더욱 진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명배우 장 루이 트랜티냥(81, 조르주 역)과 엠마누엘 리바(85, 안느 역)의 명연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연륜과 세월이 묻어나는 것은 그들의 외모만이 아닙니다.

오랜 연기 경험은 물론 80년의 인생을 살아온 그들 밖에 담아낼 수 밖에 없는 감정과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영화임은 틀림없습니다.

 

아름답고도 긴 인생

아내 안느는 휠체어에 앉은 채 앨범을 넘겨 보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안느 : “참 아름다워요

  조르주 : “뭐가?”

안느 : “인생이. 참 길기도 하고요. 기나긴 인생…”

 

피아니스트였던 안느는 휠체어 생활이 시작된 후, 예전과 다름없이 남편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애쓰지만 점점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영화는 관객들의 관점을 안느의 시선으로도 가져옵니다. 대부분의 경우 남편 조르주의 입장에서만약 내가 반신불수가 된 배우자의 수발하게 된다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실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상황에서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사람은 안느가 아닐까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까지 상처 입히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자책감마저 가져오게 됩니다.결국 안느는 ‘이렇게 살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배우자의 입장까지 생각하게 하죠. 너무나 사랑하는 부부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나는, 그리고 나의 배우자는 어떤 행동을 취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주었으면 좋을지, 극한의 상황이 왔을 때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 간의 대립

조르주는 안느에게 절대 입원은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 에바는 왜 어머니를 좋은 병원에 보내지 않느냐고 불평합니다. 아내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남편,

그리고 엄마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딸. 아픈 안느를 배려하는 방식에 있어 각자 입장 차이를 보이며 가족 사이가 틀어지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너의 도움은 필요없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둘이 잘 해나갈거다”라며 딸의 제안을 단호히 뿌리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격분하는 딸 사이에서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감정의 골은 깊어갑니다.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경입니다. 가족 구성원의 건강상태는 가정의 존립까지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힘겨운 상황이 오더라도 가정의 평화가 지켜진다면 그 고통은 견딜 수 있을 겁입니다. 이를 위해 평소 가족들간에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현실적인 대비책을 마련해두었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AMOUR

오늘 당신 참 예쁘다고 말했던가?”

부부가 공연을 보고 온 후, 조르주는 아내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평생을 함께해 온 사람에게 이런 사랑스러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화가 보여주듯 인생은 평화롭고 아릅답게만 갈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느날, 갑자기 어떤 일이 찾아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여러분 옆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