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었고,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때… 그때는 잠깐이라도 곁에 부모님이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았고, 늘 부모님과 놀러다녔으며, 눈에 띄는 물건이 있으면 사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 머리가 커지고, 내 친구들이 생기면서 부모님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급기야는 하루에 얼굴 한 번도 못 보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리죠. 이상하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렸을 적과는 뭔가 다름을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항상 부모님이 계십니다. 부모님의 마음속에 우리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사회 초년생이 되면 효도 한 번 해야지, 선물 꼭 사드려야지…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또 말처럼 쉽게 실행에 옮겨지지가 않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바로 작년에 오랜 다짐을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사흘 간의 전국 일주’가 그것입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꼭 부모님과 가지 않더라도, 정말 좋은 여행 코스라서 푸르덴셜 가족분들과 함께 그 여정을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a2 (1)

양산 홍룡사 절경

 

이 여행은 자가용 차를 갖고 떠난 전국 일주였습니다. 첫날은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서울을 벗어났죠. 고속도로에는 차도 없고, 막힘이 없는 고속도로를 다섯 시간 달려서 처음 도착한 곳이 양산에 있는 홍룡사라는 사찰이었습니다. 이곳은 양산팔경 중 한 곳으로, 홍룡폭포 옆에 있는 암자가 절경을 이루는 곳입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이 절경을 꼭 사진에 담고 싶다고 해서 아버지와 함께 간 곳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절을 다니시기 때문에 반기셨죠. 실제로 본 홍룡폭포와 암자의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멋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여름에 꼭 한 번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a10
순천 선암사에서 아버지와 

선암사를 나와 낙안읍성에 들렀습니다. 이때쯤 되니 해가 떨어져 저녁이 되더군요. 낙안읍성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하나의 마을입니다. 이 안에는 음식점은 물론이고, 민박집까지 운영하고 있어, 역사 체험을 하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성곽 위에 올라 마을을 사진에 담아보니 참 분위기 있고, 좋더군요.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a4 (1)

순천 낙안읍성의 모습


아버지와의 여행 첫 밤은 전남 보성의 한 여관이었습니다. 두 사람 잘 곳 어디 하나 없겠나 하는 생각으로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여행을 출발했었죠. 때문에 여행 내내 아버지와 저는 밤만 되면 숙소를 찾아 움직여야 했죠. 하지만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첫날 밤은 별것 없었습니다. 피곤하기도 했고, 사실… 부자지간에 수다를 떠는 것도 이상하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TV를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마신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a5

첫날 숙소를 보성으로 정한 것은 다음 날 아침 일찍 녹차밭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이 녹차밭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이나 방송 화면을 통해 봤던 녹차밭이 정말 멋있었거든요. 사진에 담아보니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카메라 렌즈 화각이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녹차밭이 신기하고, 멋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곳에는 오랜 시간을 보낼 거리가 없어서, 선물용 녹차 몇 개를 산 뒤 바로 다음 여행지로 향했습니다.

a6

보성 녹차밭의 아침
 
녹차밭에 이어 대나무 숲을 보기 위해 담양으로 향했습니다. 담양에는 대나무 숲만 해도 여러 곳이 있더군요. 그중에서 공원형태로 가장 잘 꾸며놓은 곳이 녹죽원인 것 같아 선택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이날 날씨가 무척 더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죠. 하지만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대나무가 만들어 낸 그늘과 바람이 그 땀을 씻어주었습니다. 수많은 대나무를 보고 있자니 드라마 ‘다모’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실제로 그 장면은 담양의 한 대나무 숲에서 촬영했다고 하더라구요.

 

a7

죽녹원의 곧은 대나무
차도를 따라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숲 길을 따라 담양을 나와서 남원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벌써 저녁때가 다 되었습니다. 숙소를 잡고, 저녁식사로 남원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 추어탕, 정말 좋더군요. 역시 여행은 음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8

남원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광한루원에 첫 번째 관광객으로 입장했습니다. 안개 낀 아침에 조용한 광한루원에 들어서니… (참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제가 마치 춘향전의 이도령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천천히 광한루원을 돌아보고 전주로 차를 움직였습니다.

a9안개낀 광한루의 아침

 

전주로 향하던 길에 잠시 마이산 탑사를 들렀습니다. 원래는 예정에 없던 코스였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생각나셨다며 잠깐 들렀다 가자고 한 곳이었습니다. 자가용 차를 가지고 하는 여행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탑사는 말 그대로 수많은 돌탑이 있는 사찰입니다. 그 많은 돌탑을 이갑용 할아버지 혼자 쌓으셨다니, 한 인간이 이런 절경을 만들어 낼 수도 있구나…정말 경이로웠습니다. 그 절경을 놓칠 수 없어 삼각대를 세워놓고 아버지와 한 컷을 남겼죠.

 

a10

마이산 탑사에서 아버지와 함께
다행히 예정된 시간에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옥마을은 하나의 테마 파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관광지, 유적지, 음식점, 찻집, 기념품점, 미술관 등등 없는 곳이 없었죠. 그중에서도 전동성당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까지 가본 성당이라고는 서울 명동성당밖에 없었는데, 전동성당의 내부는 정말 멋지더군요. 그러면서 동시에 숙연해지는 느낌. 가보신 분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a11

전동성당 내부의 모습 


이날은 전주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느긋하게 한옥마을을 둘러보며, 저녁때는 한정식도 맛있게 먹었죠. 아버지와 단둘이 자그마한 한옥 방 안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먹는 한정식.

정말 기분도 좋고 맛도 좋았습니다. 저는 원래 홍어 삼합은 입에도 못 대는데, 이날은 두 점이나 먹을 정도였으니까요.이날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아버지와 아들 두 분이 여행 온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자, 그렇게 여행 나오기 어려운데… 멋있는 분들이네요… 라고 하시더군요. 아버지와 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어진 것일까요?

저부터도 사실, 몇 년을 생각만 하다가 겨우 나온 것이니까요. 옛날에는 아버지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가지 못했던 나인데…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제가 운전을 해서 전국 일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전주에서 올라오는 길에 전북 부안의 채석강을 들러 바다를 보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사흘의 여행 동안 2,000km를 운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지는 않더군요. 이 여행은 제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경험, 사진, 추억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 묘한 침묵의 시간 말이죠. 여행 동안 아버지는 제게 미래에 대해 훈계를 하지도 않으셨고, 저도 아버지의 건강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시간과 그 장소만 느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올해에도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는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도 해보고 싶구요. 이 글을 보시는 푸르덴셜 가족분들도 올해 휴가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계획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생각보다 정말 좋은 시간이 되실 겁니다.^^

a12“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하는 여행. 정말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마음 먹기는 쉽지만 여러가지 우선순위에 밀려다음 해로, 또 다음 해로 미루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한 번 꼭 가보세요! 행복한 여름이 될 겁니다.^^”

푸르덴셜생명 홍보팀 조민석